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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외출도 해요

얼마만에 찾아간 해인사인지.


마지막으로 들러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않는 해인사를 석가탄신일을 맞이하여 가족 나들이겸 찾았습니다.

본래의 일정이라하면 소리길을 따라 올라가서 해인사를 들렀다가 다시 내려와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요.

제대로 길도 찾아 놓지 않고 나선터라 소리길 시작하는 곳을 놓쳐버려 먼저 해인사로 차를 타고 올라가기로 합니다.

국딩 시절 가조로 생수를 뜨러 다니던 시절에 돌아가는 길에 해인사 들어가는 길목이 나올때면 매 번 해인사가자면서 졸라대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마다 너무 깊이 들어가야 한다시며 쌩하니 지나치는 부모님이 얼마나 야속했던지요.



석가탄신일이기도 해서 절의 입구부터 연등이 잔뜩 장식되어 있습니다.

어두워진 이후라면 어둠 속에 환하게 밝혀진 연등길을 따라 걸을 수도 있겠지만 산 속이라 절에서 밤을 지샐것이 아니라면 조금 무리지요.

본래하면 입장료로 얼마간 받을 것이었겠지만 석가탄신일이라 무료입장입니다.

ㅎㅎ 돈굳었어요~~

아침에 나서면서 본 일기예보에는 전국 곳곳에 소나기에 돌풍이 분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조금 흐린 하늘이긴 하지만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일주문을 지나서 다음 사천왕문으로 들어가기 전 고목이 하나 오른쪽에 서있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신라 제 40대 왕인 애장왕이 순응과 이정이라는 두 스님의 기도로 왕후의 난치병이 완치된 것을 기념하여 

두 스님이 수행하던 곳에 해인사를 지으면서 식수한 것이라 합니다.

무려 1200년의 시간을 보내다가 1945년에 수령을 다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나무둥치 위로 어디서 싹이 날아왔는지 새로운 나무가 자리해 자라고 있더군요.



같은 느티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나무가 그 품안에 어린 나무를 키우고 있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더 자라면 고목을 갈라내어 아래로 아래로 뿌리를 내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해탈문을 지나서 들어가니 오늘의 법회행사를 위해서 아기부처님이 하늘과 땅을 가리키고 서 계십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세상아래 모든 존재의 존귀함을 뜻하는 것이지요.

근데 전 속세에 물이 들어버린건지 대번에 모 만화의 설정이 생각이 나서 그만 엉뚱한 상상을 하고 말았네요.

부처님도 젊은 시절이 있으셨겠죠...네.



아기부처님 뒤로 보이는 건물이 대숙광전인데 에..대웅전과 비슷한 건물이려나요..

어째서인지 한국어버전은 남아있지 않고 일본어판 안내팸플릿만 남아있어서 그걸 (돌아와서) 읽어보니 비로자나불을 모시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어머니를 따라서 삼배를 하고 나와서는 이리저리 정처없이 헤맵니다.

절이란 곳에 들러본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절하면서 왠지 쑥스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거기다가 너무 넓은 곳에 가면 어디를 어떻게 찍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거의 실내에서 찍거나 근접 촬영을 하다보니 바깥에서 찍으면 어쩔줄을 모르겠네요.

아직까지 머리속에 구도에 대한 저 나름의 기준이 안 서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바로 옆의 처마 끝을 피사체 삼아 찍었더니 걍 하얗네요...하예요..



절의 중앙에 위치한 3층석탑은 수많은 연등에 둘러싸여있습니다.

저 연등마다 누군가가 소원을 비는 마음으로 이름을 달아두었겠지요.

저희 가족이름도 써서 한장 달아두고 왔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이 대형 연등아래에서 펄럭이고 있군요.

뭐 그쪽에서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달아주나 봅니다.



그리고 해인사하면 역시나 팔만대장경판이 보관되어있는 장경판전을 들러봐야겠지요.

내부에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잠시 카메라는 내려두고 둘러봅니다.

아버지께서 학생시절에 해인사에 왔을때는 이렇게 엄중하게 관리가 되어있지 않고 바닥에 막 쌓여 있는 데다가

들어가서 들고 돌아다니는 것도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십원이면 바로 한장을 탁본하여 줬다는군요 ㅎ

그때 하나 들고 올까 하셨다는데 아마 그랬다면 지금쯤 절에 죄송합니다 사과를 하면서 돌려주러 왔었겠군요.



장경판전 내부를 둘러보고 옆으로 나와있는 출구쪽으로 나오다가 기념사진을 한장 찍어봅니다.

근데 여기는 분명 장경판전의 입구라 사진 촬영이 불가한 곳인데 어찌 찍었을까나요.



합성틱한 사진덕에 눈치채신 분이 대부분이시겠지만...

이런 절묘한 포토존이 존재하는 덕분입죠..

기념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운 분들은 돌아나오는 길에 여기서 한방 찍으시면..아무튼 목격하고는 저에게 큰 웃음을 주었어요 꺼이꺼이~

연인끼리 온 사람들도 찍고, 손주 손을 잡고 오신 할머니도 찍으시고 나름 성황 중입니다.



위치로 봐서는  최치원이 만년에 가야산에 머무를 적에 시를 쓰곤 했다는 학사대일지언대 안내팸플릿의 사진과는 뭔가 다릅니다?

독성각 앞쪽에 위치해 있다고 하니 여기쯤인듯한데 사진에는 나무형태도 다르고 주변에 울타리도 쳐저있던데

아마 저희 가족 눈에는 안띄었나봅니다.

그렇지만 이 두 나무도 서로 가지를 뻗어 어께동무하고 있던 것이 인상적이네요.



어딜가나 빠질수 없는 꽃 찾기 놀이...

화초에 관심이 많으신 부모님이 어느새 매발톱을 찾아내서 구경하고 계십니다.



초롱처럼 보이는 꽃도 있네요.



높낮이가 다른 곳에 건물들이 배치가 되어있다보니 바로옆으로 아래쪽 건물의 지붕위가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펄쩍 뛰어서 올라탈 수도 있겠지만 아마 바로 혼나겠죠..

사실 오랜만에 와서 느끼는 저 혼자만의 부끄러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좀더 느긋하게 돌아다니면 좋겠지만 

슬슬 법회시간도 다가오고 사람들도 많고, 소리길도 가보기로 했기때문에 느긋하게 익숙해질 시간이 없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또 꽃님이...ㄷㄷㄷ

매발톱이 종류별로 다 있습니다.

보라에 노랑에 자주색에...



가운데 흰색이 배색되어 있어서 꼭 옛날에 친구들이랑 접곤하던 종이꽃같은 모양새로 보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어떻게 씨를 얻어갈수 없을까 고민하시네요.

아직 씨가 다 여물지않아서 혹 나중에 온다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무리라 아쉬워하십니다.



하설초란 이름의 꽃도 있네요.

하얀 꽃잎의 끝부분이 두갈래로 갈라져 있는 것이 특징이네요.

참배객들을 위해서인지 친절하게 이름표도 아래쪽에 꽂아둬서 처음보는 꽃도 이름을 알수 있도록 해두었네요.



그리고 경내에 여기저기 다 피어있던 불두화.

부처님 머리의 나발부분을 닮았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듯합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부처님 오신날을 전후해서 꽃이 만개하는 덕도 있는가봅니다.

수국처럼 꽃이 우다다 달려있는 것이 특징이지요.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 깨끗해 보이지만 위쪽에 고여있는 쪽 물은 왠지 찝찝한 색이라 마시지 않고 손만 적셔봅니다.



어쩌다보니 절 구경은 끝나고 법회시간은 애매하고해서 절 곳곳에 숨어잇는 야생화들을 찾아헤매이고 있습니다.

(소리길 간다고 시간없댔으면서!!)

부모님께서 이런걸 워낙 좋아하시다보니 어딜가든 꽃이 있으면 이런 결말이 나네요.

이 후로도 잠시 계속되니 꽃에 관심이 없으시다면 그냥 휘리릭 내려주시면 됩니다.

찍어온 것이 아까워서 올리니까요 ㅎㅎ

어차피 봄의 끝이라 곧 꽃을 실컷 볼 계절도 거의 마지막이니...

참고로 위의 꽃은 백리향인데 백리까지 향이 퍼져나가는 지는 모르겠지만 확실이 향이 진하게 나더라구요.

꽃은 저렇게도 작은데 신기합니다.



아버지께서 발견하신 이름 모름 곤충은 색이 엄청나게 화려한 것이 '나 건드리면 쓴맛 볼 줄알아!'라고 엄포를 놓는듯하네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저녀석 뒷다리 하나가 반대로 꺽어져 있습니다.

어쩌다 그랬을까요. 아이들 손을 탄것은 아닐테고 뭔가 사고가 있었나 보네요.



이름이 오공구루마 또는 오공 국화인데 어째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궁금해집니다.

손오공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나요.



일부러 가꾸어서 심어둔 야생아닌 야생화도 좋지만 이렇게 바닥에 살그머니 피어있는 민들레도 참 사랑스럽죠.



슬슬 내려갈 준비를 하다가 나무사이로 비치는 빛이 좋아서 한장 찍어봅니다.

찍고 보니 초점이 어긋나서 흐트러진게 왠지 신비로워 보인다고 치죠 뭐.

아무튼 일기예보란게 믿을게 못된다면서 날씨가 좋은 것에 다시금 감사를 하면서 소리길을 가보려고 해인사를 나섭니다.

주차요원을 하시는 어르신께 소리길 가는 길을 여쭈니 세계문화축전 전시장에서 오르면 시간이 왕복 3시간 정도걸리고

햇볕 아래를 걸어야한다며 중간에 성보 박물관 근처에서 내려갔다가 40분쯤 내려갔다가 올라오면 딱 적절한 거리라며 알려주십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차를 세워둔 곳으로 ㄱㄱ



산속에는 어딜가나 소원을 비는 돌탑이 세워질 초석이 만들어지고 있네요.

가끔 일부러 돌을 쌓아서 만든 것도 보이는데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이런 작은 돌탑들이 더 좋아보이는 건 당연하겟죠?

누군가가 소원을 담아 하나를 얹고, 그 위에 조심조심 자신의 바람하나를 살짝 얹는 것이 반복되다보면

한사람의 소원과 소원사이에 다른 이의 소원을 아끼는 마음이 스며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정작 절에 가선 절 사진 보다는 꽃이나 식물 사진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착각이 아닌듯하네요.

해인사에 대한 정보를 얻기위해서 들어왔던 분께는 죄송할뿐이고,

매번 다른 주제로 시작해선 결국 꽃으로 결론나는 건 꽃이 거기에 늘 있기때문이라고 변명해봅니다.


자 그럼 이제 다음은 소리길로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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