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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외출도 해요

어쨌든 가을산은 다녀왔었습니다.



11월 21일 가을이라고 그래도 늦은 단풍이라도 보러 청송 주왕산으로 떠났습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목적지는 출발 전날 정해졌네요.
내비게이션이 없는 저희집의 믿을 구석은 오로지 전국지도책!!
오라버니가 운전을 하고 아버지께서 길을 찾으십니다.

자연을 노래하는 청송이라~ 굽이굽이 굽은 산길을 따라 길을 달립니다.


꼭대기에 다다를즈음 휴게소가 나옵니다.
삼자현 휴게소라....저 돌탑 세개가 세사람을 뜻하는 것이려나요?
호랑이를 피하기 위해 세사람이상 모여야 길을 가라는 뜻인듯합니다.
요즘은 피해서 갈 호랑이는 더이상 없겠지요.


휴게소 뒤쪽에는 어째서인지 거대한 철화살이 꽂혀 있습니다.
저것도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요??

잠시 쉬면서 사진도 찍고 놀다가 출발합니다.
지도를 보시던 아버지께서 달기약수탕을 들렀다가 가자십니다.
어째서 약수터가 아닌 '탕'일까를 의아해하면서 불안불안 이정표를 보아가며 찾아갑니다.
처음가는 길은 어째서인지 아주아주 멀게만 느껴지네요.


도착하니 선객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종종 들러 약수를 떠가신가네요.
아무런 준비없이 무작정 온 저희식구들과는 달리 생수통을 챙겨오셨네요.
저희 집은 아쉬우나마 물통에 조금 약수를 담아봅니다.

저희가 간곳은 달기약수탕중에서도 상탕에 해당하는 곳이랍니다.
대부분 반대쪽길로 들어오기때문에 하탕이나 중탕 쪽은 사람이 많다는 군요.
멀리 돌아 온 덕분에 한산한 상탕으로 오게됐나봅니다.
약수물을 떠다가 마셔보니 -ㅁ- 새콤새콤한 어...이걸 뭐라고 하죠? 철을 핥아 먹은맛?
어쨌든 위장에 좋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니 물이 뽀글뽀글 거리면서 솟아 나옵니다.
그래서 탕이라고 이름붙인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군데군데 퐁퐁 올라오는 게 신기해서 동영상도 찍어봅니다.
상탕에서도 약수를 떠먹는 곳이 여러개가 되는데 곳곳마다 그 맛이 조금씩 틀립니다.
철(?)맛의 농도가 틀리다거나 톡쏘는 정도가 틀리다던가.
다음에 가신다면 한번 음미해보시길 바랍니다. ㅎ


달기 약수탕을 떠나 드디어 주왕산에 도착했습니다.
절대 '주왕산국립공원' 입장료가 아닌 '대전사' 입장료를 내고 주왕산으로 들어섭니다.
어차피 산행을 목적으로 온 것은 아니라 산책로로 난 길을 걷기로 결정아닌 결정을 내립니다.


자하성...이랍니다.
아마 안내판이 없었으면 그냥 돌무더기구나~하면서 그냥 지나쳤을법합니다.
사실 안내판을 봐도 그저 아리송하기만 하네요.


급수대도 보고, 저기 위 꼭대기에서 물을 떠올리려면 꽤나 줄이 길어야했겠습니다.
머엉하니 그 소리를 하고 있으려니 아버지께서 아마 당시엔 수위가 더 높았을듯 하다시네요.
-_- 그렇지만 제 머리속엔 저 위에서 물 떠올리다가 줄 꽤나 끊어 먹었을것 같단 생각만 둥~둥~떠다니네요. 


시루봉입니다.
시루봉은 사람옆얼굴을 닮았다고도 하고 떡을 찌는 시루를 닮았다고도 하는데, 전 도대체 어디가 시루 모양인지 의문이 가네요.
(어떤 점이 시루를 연상케하는지 누가 좀 알려주셔요.)
그냥 머리카락 듬성한 우울해보이는 아저씨 한분밖에 안보이는데 말이죠.


제가 생각하기에 주왕산 산책로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제 1폭포입니다.
비록 사진은 답답하게 나왔으나 실제로 봤을때는 제일 시원한 풍경인듯합니다.
좁은 길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밀리네요.


자 여기 저희 오라버니 손가락 끝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이적이!!
찍을땐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꼭 손가락에서 물이 나오는 것 같네요. ㅋㅋ


마지막 종착지로 결정한 제3폭포입니다.
왠지 1폭포보다 필이 약하더군요.
마지막인데 왠지 허망함이 느껴지네요.
아마 수량이 적어 폭포 물줄기가 시원하지 못해 더 그런가봅니다.


왠지 허전한 마음에 내려오는 길에 주왕굴에도 들렀다가기로 합니다.
자하교를 건너 주왕굴로 고고~


오오 뭔가 있어보일법한 주왕굴!! 온갖 철제다리를 건너(바닥이 보이는 다리는 왠지 무섭습니다.)
자~ 이제 주왕굴이구나~~!!
.
.
.


-_- 음...굴이군요..굴..굴..
그래서 그냥 주변 사진이라도...이러면서 사진 찍기 놀이를..
굴 안쪽에는 산신을 모셔두었더군요.


이물을 마시다가 꿈을 접은 주왕님에게 명복을 빌어봅니다.
그러고나서 왠지 허무함 + 허무함을 온몸에 새긴 저희 가족은 하산을....

내려오는 길에 동동주며 파전, 두부며, 비빔밥이며 시켜먹었는데!! 배고픔에 미쳐 인증사진을 잊었네요.
저말곤 저희 가족중엔 사진 찍을 이는 없으므로 뭘 먹었는지 알릴길이 없네요. -_-ㅋ
기념으로 송이동동주도 한병 사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겨울이 되는 길목의 계절이라 도로를 달리는 중에 해가 떨어집니다. 아니 달이 떳습니다.
흔들리는 차안에서 흔들리는 손으로는 달님은 저렇게 표현될뿐.
무슨 발광지렁이같네요;;

...생각해보니 시작은 단풍구경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 어째 단풍사진은 없네요.
그저 구석에 등장하기만 하니 참 미안할 지경입니다.

P.S. 이 겨울에 왠 가을산에 간 이야기를 올리느냐고 물으신다면
그저 게으름이 부른 비극이라고만 말씀드리겠사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