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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외출도 해요

봄을 찾아 다섯봉우리산에.

가까운 곳에 산이 있어도 가질 않으니 산은 산이요, 저는 저일뿐입니다.

고등학교가 오봉산 중턱에 떡하니 있는지라 고등학교 시절에는 몇번 올라가봤지만 졸업하고는 한번도 가질 않았네요.

사실 오봉산은 저에게 산이라기 보다는 인공폭포가 달린 작은 동산이란 느낌이 더 강했거든요.

주말이면 산에 가야하는데 가야하는데를 외치면서 매번 이런저런 이유로 좌절되고는 지난 삼일절날 어머니와 산책 삼아 오봉산을 가봤었습니다.

그리고 무려 한달만에 홀로 찾은 오봉산.



햇살은 좋고 바람도 적당히 부니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일요일 주말이었습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 반대쪽 동 뒤편 담너머의 작은 시멘트로 만들어진 화단에는 노란 꽃이 줄을 지어 피어있습니다.

수치로 설정을 않고, LCD창으로 설정조정하는 저로서는 강한 햇살은 적이에요. ㅜㅜ

창이 희뿌옇게 보인다구여..

덕분에 대부분 과하게 허연 사진들을 집에서 열심히 보정하는 사태가..ㅎㅎ



혼자 슬슬 걸어가면서 오봉산을 찾다 보니 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길가의 풀이며 야생화들이 저를 멈춰세웁니다.

민들레를 찍고 있자니 뒤따라오시던 할머니께서 '사진도 찍네그랴~'라시며 말을 거시는데

넉살없고, 낯가리는 저는 그만 그저 웃으며 '^^ 네...' 요러고는 도망갔어요.

할머니는 어디가시는지도 여쭈고, 날씨가 좋다든지 이런저런 인사를 드렸으면 좋았을뻔 했습니다.



사실 오봉산 가는길이 그닥 좋지만은 않습니다.

집 뒤로 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10여분은 걸어야 도착하는데 가는길이 차다니는 도로에, 각종 기계공장들이 늘어서 있거든요.

덕분에 가는길에 먼지와 매연 들이마시고, 산에서 좋은공기 꿀꺽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매연마시는 +/- zero라는 결론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집에 웅크리고 있는 것 보다야 훨씬 낫겠지요.



가는 길에 있는 어린이집 담장 안으로 봉우리진 꽃망울이 보이길래 짧은 팔을 들어 한컷 찍어봅니다.

아직 봄꽃사진 찍기엔 조금 빨랐는지 대부분 저렇게 봉우리만 져 있네요.



그래도 오봉산 올라가는 길목에는 이렇게 반쯤 진 벚꽃나무도 보입니다.

아니 저게 매화였던가...;;

갑자기 두가지가 헷갈리기 시작하네요.

버..벚꽃이겠죠? 벚꽃도 못알아보는 상식꽝이 될수는 없으다....



오봉산 올라가는 길 반대편으로 개나리가 잔뜩 피어있어서 슬금 올라가봅니다.

혼자 다니니 이렇게 가고싶은대로 마음껏 움직여도 뭐랄사람없고 부담이 없어서 좋네요.



겨우내 시들었던 나뭇잎사이로 여린 새잎도 싹터 나왔습니다.

마치 꽃같은 풍경입니다.

봄비를 맞아 자라나서 여름이면 짙은 녹음을 선사할 꼬꼬마 연두잎들을 슬며시 쓰다듬어도 봅니다.



제법 가까이 보이는 말뚝위에 이름모를 산새가 앉아있길래 모른척 카메라를 준비하며 다가가는데 어찌알고 멀리 나무 위로 피신을 하네요.

줌의 한계...배가 통통 눈은 까만것이 참새는 절대 아니겠고, 무슨 새일까요?

갈색에 날개에 살짝 묻어있는 흰색이 포인트인가봅니다.



군데군데 돌계단, 벽돌 사이에 접시꽃들이 많이 피어있네요.

봄이면 조금의 흙만 있으면 피어나는 반가운 녀석이죠.

회색 돌사이에 화려하게 보라색을 자랑하는 지라 반가운 마음에 얼른 찍어봅니다.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화단입니다.

안개꽃보다더 작은 꽃들이 소복하게 피어있는 것을 보니 아기자기하네요.



넌 아까도 본 개나리지만 아까 본 개나리랑은 또 다르게 예쁘다.

오봉산엔 은근히 개나리가 많습니다.

예전에 고등학교시절에도 담을 따라서 개나리가 잔뜩 심겨져 있었는데 겨울에도 피어나서 미*개나리라는 별명이 있었지요. ^^;

여전히 겨울에 핀다는 이야기가....겨울에 날이 따뜻해진 편이라서인지 식물들도 생체신호가 잘못전달될때가 요즘은 많으니.. 



그늘진 곳에는 빨갛게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꽃도..

아직 다들 봉오리라 아쉽습니다.

다음주에 오면 활짝 피어있으려나요. 이거이거 다음주에 또 오라고 예고편을 선사하는건지...



산수유나무 꽃.

파란 하늘과 수줍은 노랑이 잘 어울리네요.



오봉산은 사실 산이라기 보다는 대부분 길이 정비가 잘되어 있어서 산책로에 가깝게 되어있습니다.

길을 조금 벗어나서 옆길로 가면 낙엽쌓인 흙길도 밟을수 있긴 하지만요.

중간중간 운동기구도 많이 설치가 되어있어서 어르신들이 열심히 운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길이 쉬운 편이라 어린 아이들을 동반해서 온 가족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한꼬마는 '아빠 달리자!' 라면서 오르막을 씩씩하게 달려 올라가더니 한 3미터쯤 가고는 헥헥 거리면서 '엄마! 물줘.'이러는데 그걸 계속 반복하는 것이 어찌나 귀엽던지.

계속 지켜보고 싶었습니다만 점심을 먹기위해 중간쯤에 아래로 내려가는 바람에 헤어졌습니다.

사실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고 혼자 훔쳐본 것에 불과하긴했지만 왠지 섭섭하더라구요.



정상부근에는 올라갈수 있는 정자가 하나 있습니다.

산책삼아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저곳을 올라서 다시 내려가곤 합니다.

꼭대기에는 푹신하게 만들어진 트랙이 정자주변을 빙둘러가며 만들어져있어서 무릎에 무리없이 걷기운동도 가능합니다.

조금 늦은 시간에 간 편이라 대부분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계시네요.

오봉산 중간쯤에 있는 안내비석..을 보면 오봉산을 침산 또는 와우산이라고도 부른다네요.

소가 누운형상의 산은 어디에나 하나쯤은 있죠. ^^;;

아무튼 침산동이라는 명칭이 여기서 유래했나봅니다.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게되었습니다.



이..이게 매화죠? 오봉산 초입길에 본 벚꽃에서 혼란을 느끼고는 여기서 급 약한모습..

예쁘게 피고 반쯤 졌지만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이건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꽃이 피는 게 아니라 잎이 나고 있는 모양새인듯.

아니면 설마 꽃? 진실을 파헤치려면 이번주말에도 올라가보는 수밖에 없을듯 합니다만 귀차니즘이 이번에도 발동안할지는 ㅎㅎ

아차 그러고 보니 주말에 사촌언니 결혼식이 있긴한데 토요일이니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일요일날 가볼수 있을것 같기도 하고..;;

덧>알고보니 일요일이 결혼식이었어요..어쩐지 토요일날 결혼식이다했네요..토요일날 함도 들어온다하고

이번주에 다시 방문하기는 힘들것같은 예감이 듭니다..



정자앞 돌계단에 앉아 사진도 찍고 멍하니 앉아있으려니 이제 그만 돌아오라는 어머니의 전화가 옵니다.

오르는데 30분도 안걸릴 거리를 사진도 찍고 설렁설렁 오르느라 거의 1시간이 넘게 걸렸으니 말이죠. ^^

마지막으로 정자에 한번 올라 주변 경치를 보고는 내려갑니다.



돌아오는 길 가로수 아래 노란것도 아니고 하얀것도 아닌 민들레가 한송이 피었네요.

다음주에도 게을신을 물리치고 나서면 좋겠습니다.

봉오리진 꽃들과 잎들의 변화된 모습도 볼겸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