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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외출도 해요

가야산 소리길을 따라

해인사를 둘러보고 이제는 소리길을 걸어보자면서 차를 타고 다시 내려옵니다.

중간에 성보 박문관 근처에서 내려서 내려갔다가 올라오면 된다시던 주차관리원 아저씨의 말씀에 따라 중간 길을 찾으려는데

지나치면서 혹시 저긴가 하던 곳이 그곳이었나봅니다.

10시를 넘은 시간이라 슬슬 차들이 많이 올라오기도 해서 다시 돌아올라가는 것은 아예 엄두도 못내고 결국 산 아래까지 내려가기로 합니다.

중간에 있던 도자기박물관(?)에서 길을 물으니 성보박물관은 지나친것이 확실하고 결국 축전 주차장이 있는 곳까지 가서 올라가기로..

축전 주차장이 어마어마하게 넓은 것도 있고 다들 오늘 날이 날인지라 해인사로 바로들 올라가서인지

차를 댈 곳은 넘치다 못해 전세를 낸듯한 기분도 드네요.



차를 대고 다리를 건너면 소리길이 시작되는 곳이 보입니다.

정자부근의 밝은색의 나무문이 그 시작점인데 보이시나요? ㅎ



가까이 접근하니 여긴 한글만 읽을줄 알면 소리길임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다들 먼저 성큼성큼 걸어가버리는 동안 저는 소리길 걷는 시작점 인증샷을 ㅎㅎ

보아하니 한동안은 햇볕아래를 걸어야할 모양입니다.



길 안내 간판이 있어서 얼마나 걸어야할지 어디까지 걸어야 할지를 가늠해보네요.

중간 중간 다리를 건너서 왔다갔다하게 되어있네요.

둘레길은 아니고 아래에서 해인사 방향으로 쭈욱 위로 올라가는 코스입니다.

구간이 나누어져있긴하지만 따로 나누어서 올라갈 분위기는 아니고 그냥 가고싶은 곳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될듯하네요.



소리길은 계곡을 따라 오르게 되어있어서 오르는 내내 물소리도 듣고 물도 볼수 있어서 참 좋더군요.

초입길은 마을을 지나가게 되어있어서 수로라든지 무논 등이 보입니다.



중간에 조난 신고를 할수 있도록 고유번호와 신고번호를 적어둔 나무기둥들이 있네요.

모든 곳에 번호가 적혀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방향만 안내해주는 것들도 있습니다.

길은 일직선에 가까운지라 길 잃을 염려는 거의 없다시피하지만 불가피한 사고가 일어난 경우에는 요녀석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길을 돌아 올라가다보니 아래쪽에 그냥 무심히 스쳐지나간 길 옆에는 누군가가 술병을 척하니 올려두었는데 무슨 용도일까요?

내려올적에는 치웠는지 안보이던데 뭔가 의미가 있었던 걸까나요.

아니면 일하시다가 드시려고 놓아두신건지 의문입니다. 


 

그냥 지나가기 힘든 구간은 이렇게 목조난간이 설치되어있습니다.

바닥도 안보이고 난간도 튼튼하게 설치되어있어서 저런 열린공간의 허공에 뜬 다리를 다소 무서워하는 편인 저로서는 다행한 일이네요.

계속 햇볕아래를 걸은 터라 나무그늘이 있으니 반갑네요.



저곳을 지나고나면 다시 한동안 햇볕아래를 걷게됩니다.

날이 날인지라 휴일이라도 소리길 걷는 분이 거의 안보였는데 간만에 보이는 가족 외의 분들이.



모내기를 위해서 물을 받아놓은 논들.

중간중간 모내기용으로 보이는 모들이 옹기종기모여있었으니 여기다 심으려는 거 맞겠죠? ^^;;



소금쟁이들도 한가로이 물위를 스윽스윽 미끄러집니다.



걷는 길 여기저기에는 찔레꽃이 잔뜩 피어있어요.

찔레꽃하면 연상되는 그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지나칩니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온통 노랑에 흰꽃 천지에 눈에 띄는 색의 꽃이 보이네요.



논길을 지나서 걷다보니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이 보이길래 들어서는데 매점들이 보이네요.

아직 뭔가를 먹을 정도를 아니라서 지나치려다가 어머니께서 화장실을 찾으시는데 공용화장실은 안보여서 가게분께 부탁을 드렸더니

몹시도(!) 애매한 표정으로 마지못해서 안쪽으로 들어가보라고 하네요.

나머지 가족들은 가게 위 그늘에 서서 기다리는데 어머니께서 나오시더니 다른쪽으로 가시길래 이쪽이라며 불렀더니 잠시 두리번 거리시더니 오십니다.

근데 화장실 결국 사용못하고 나오신듯합니다.

들어갔더니 이번엔 주인아저씨가 어디서 왔느냐 마을사람이느냐 이러면서 화장실 사용을 꺼리는듯해서 그냥 나오셨다네요.

-_-;; 뭐..외지인들이 와서 먹지도 않고 화장실만 사용하고 간다는게 싫을수도 있지만 참 인심이란게..

그냥 공용화장실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다시 출발...



주차장에서 1.7km이니 저희도 그만큼 걸어왔다는 뜻이네요.

해인사까지 다시 오를까 말까를 다시 고민하게 되네요. 5.4km라..



마을을 지나서 조금더 걷다보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됩니다.

사실 이사진은 내려올때 급히 찍었다는....;; 지나치고 생각해보니 찍어둘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ㅋ



카메라를 든 자의 숙명...가족의 뒷모습입니다.

이것저것 들여다보고 있으면 다들 먼저 가고 있어요 ㅜㅜ



그래도 꿋꿋이 찍으면서 이동해봅니다.

우거진 나무너머로 계곡이 보입니다.

홍류동 계곡이라죠. 이름으로봐서는 가을에 오면 아주 아름다울것 같은데 말입니다.

붉게 흐르는 물이라 하니 분명 단풍과 관련된 말이 아니겠어요 ^^



시원 시원해 보이는 계곡이 항상 옆에 있으니 오랜만에 걷는 산길의 피곤함이 가십니다.

여름철에 걷는 다면 계곡으로 뛰어들고픈 욕망을 참기 힘들것 같네요.

하지만 사실 입곡이 금지되어있다는 안내판이 군데군데 있으니 인내심을 발휘하셔야할듯.



예전 싸이월드를 할적에 이런식의 프로필사진(물론 제가 찍은것이 아닌 어디선가 퍼왔던)을 자주 걸어두었는데 이젠 제가 찍고있네요.

빛을 받아 반투명한 녹색조명이 만들어집니다.

집에도 이런식의 조명을 만들수는 없을까나요 ㅋ

인공조명에서는 느낄수 없는 부드럽고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재현할 수 있다면...

정작 현실은 따가운 형광등 아래에서 눈부신 모니터빛에 눈이 침침할뿐입니다만.



길을 내기 위해서 베어낸듯한 나무의 흔적이 마치 손바닥같네요.

길 중간중간 이렇게 베어낸 작은 둥치들이 많습니다.

간혹가다 베어지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선 녀석들도 있긴하지만요.



중간중간 있는 다리도 건너주고 열심히 걷습니다.

해인사에서는 화창하던 날이 조금씩 흐려지는듯도 하고 혹 내려올때 비라도 내릴까 걱정이 되기 시작하네요.

의욕이 상실되어가는 오라버니는 슬슬 비도 올 것같으니 내려가자고 그러는데 무시하고 올라갑니다.



첫번째 큰다리를 건너면 다시 그늘이 없는 길을 잠시 걷는 구간이 나옵니다.

일부러 돌을 깔아 만들어 둔 곳이겠죠?

반듯반듯한 돌들을 성큼성큼 걸어 건너갑니다.



더우셨는지 그늘을 찾아 서계신 아버지를 모델삼아 한장 찍어드립니다.

모처럼 뒷모습이 아닌 앞모습을 찍어보네요.

제가 찍고 있으니 말없이 모델을 서주시는...



다시 출~바알~!



길을 걷다보니 멀리 소나무 군락지대가 보이는데 가까운 쪽에 신기하게 생긴 나무가 하나 서 있습니다.

꼭 새가 날아가는 모양처럼 보이네요. 

온통 파릇한 잎들을 달고 있는 나무들 사이에 나목이라 그런지 눈에 확 들어오네요.

말라죽은 녀석인건지 잎이 채 나지 않은건지 알수는 없습니다.



소리길을 따라가다보면 폭포는 거의 보기 힘들더군요.

귀한 몸이라 찍어드릴밖에요 ㅎㅎ

실제로 보면 참 시원해보이고 좋은데 사진에서는 안드러나니 죄송합니다..직접가셔서 보시길..



폭포를 지나서 다시 다리 하나를 건너고 나면 산길은 끝이 나고 도로로 빠져나오게됩니다.

3.5km를 더 가면 해인사를 오를수 있다는데 어차피 다녀오기도 했고 여기서 다시 돌아가기로 합니다.

딱 1구간까지만 오른 셈입니다.

참고로 1구간이 지나야 공용화장실이 나오더군요;;

안내도를 봤을때는 꽤나 빨리 나오는듯 보였는데 여태까지 올라온길중에 화장실이 없었어요 ㅋ



열심히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집에와서 되짚어보니 1구간밖에 못 올랐다니!!

충격적이네요. 나름 소리길 다 걷고 온줄 알았더니 ㅋㅋㅋ

성보박물관까지 가려면 3구간끝까지 올라가야 하므로 걸어서 가려면 많이 걸을 마음을 먹으시고 가시길 바랍니다.

이제 느긋하게 걸어내려갈 일만 남았습니다.

내려갈때는 시간이 더 단축되니까 좀더 여유롭게 내려가자며 천천히 걸어가는데 이거 심상치가 않네요.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둔 산길에서는 어느정도 내리는 비는 괜찮겠지만 시작부근인 마을길에서는 비가 더 내리면 그대로 맞아야하니 서둘러 내려가기로 합니다.

그래도 처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할때는 여유가 있어서 터덜터덜 내려가면서 표지판에 줄이 용수철로 되어있는 까닭도 고민해보고 했는데 

(아마 나무가 자라도 죄이지 않도록 벌어지는 녀석으로다가 고정시킨게 아닐까 하는데요 ^^)

후두둑 쏟아지려는 폼이 꼭 소나기가 올것 같아서  카메라는 보호차 가방에 넣고 내려와서 내려오는 길에는 찍은 사진이 전멸이네요 ㅜㅜ



올라올때는 제일 뒤쳐져서 올라오시던 어머니께서 비가 내리니 엄청난 속도로 걸어가시는 바람에 나머지 가족들도 열심히 걸어 내려갔지요.

아버지와 함께 먼저 걸어가셔서 오라버니와 저는 열심 따라가는데 뒤도 안돌아보시고 가셔서 섭섭할 정도였다는..

근데 나중에 원망의 말씀을 드렸더니 다 챙겨보고 있었다면서 저희의 행동을 낱낱이 말씀하시는데 할말이 없군요.

언제 다 보셨을까요 저희도 분명 계속 부모님의 뒷모습을 관찰하면서 걸었던것 같은데 뒤돌아보시는 모습을 본적이 없건만.

다행히 비가 막 쏟아지기 전에 다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중에 다육식물 판매소가 있길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수 있나요 들렀다가 가려니 전혀 관심이 없는 오라버니는 먼저 내려가 있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들어가니 종류도 별로 없고 마음에 드는 예쁜 녀석들도 안보입니다.

결국 인사만 하고 되돌아 나오네요.



소리길 처음 시작길에 올라갈적에는 그냥 지나쳤던 매점이 있어 간단하게 음료나 한잔 하고 가기로 합니다.

벌써 차에 가있는 오라버니에게 차를 빼와서 이쪽으로 오라고 한뒤 앉아서 기다리는데 다시 비가 후둑후둑 떨어지네요.

그사이 어머니와 아버지는 매점에서 키우고 있는 다육이가 꽃을 피운것을 보고는 어떻게 분양 좀 받아갈수 없을까 궁리중이십니다.

오라버니가 차를 빼오고 묵 한접시에 아이스커피와 아이스복분자를 시킵니다.

카메라를 차에서 빼왔어야 하는데 비를 좀 맞은데다가 앉아있으니 아무생각도 안들어서 그만 ㅋ

그런데 먹다보니 묵과 곁들여서 나온 상추가 참 맛있더군요.

아주머니께 상추가 참 맛있다고 말씀을 드리니 친정인 충청도에서 씨를 받아와 직접 기르신 상추라고 하시더니 선뜻 좀 나눠주신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조금 나눠주시려니 했더니 한소쿠리를 가져오시더니 필요한만큼 가져가라시네요.

거기다가 아까 눈여겨 봐두었던 다육이도 아저씨께서 산에서 가져왔다면서 가져가라십니다.

인심좋으신 아주머니덕에 맛있는 상추와 다육이를 얻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고기를 잔뜩사서는 얻었던 상추에 신나게 싸먹었더랬지요.

돌아와서 다같이 빨래도 하고 집안청소도 하고 고기도 먹고 간만에 여유로운(?) 휴일을 보냈네요.

거리도 가깝고 하니 여름이나 가을쯤에 다시 소리길을 찾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다음에는 해인사까지 올라가 봐야겠네요 ㅎ


물론 집에와서도 고기사진 찍을 겨를 없이 와구와구 정줄놓고 먹었던 탓에 먹는사진없어요.

참 다행이지요? ㅋ

새벽 음식 테러를 막았습니다!!



PS. 데려온지 일주일되는 날 아버지께서 얻어온 다육이에 꽃이 피었다며 핸드폰으로 찍어오신 사진을 보여주십니다.



요녀석입니다.

데려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꽃이 피었는지 ㅎㅎ

무럭무럭 잘 자라서 매년 예쁘게 피었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