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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외출도 해요

말복은 지났지만 보양식은 먹어줘야하는 겁니다.

지난주 토요일이 말복이었죠.
 다들 든든하게 삼계탕 한그릇씩 챙겨 드셨나요?
매년 복날 즈음에 동네의 삼계탕 집으로 갔었는데 지겨우신지 어머니께서 가창쪽으로 한번 나가보자십니다.
당연히!! 가창쪽의 맛집은 알리 없는 저로서는 미션을 받았으니 인터넷 후기들을 뒤적뒤적..
그러다보니 예전 TV프로그램에서 소개 된 적있다는 궁중약백숙집 후기가 꽤 올라와 있더군요.
지난번 안타까운 **갈비찜의 추억덕분에 조금 망설이기는 했지만 그때와는 달리 일단은 후기에도 좋은 평이 있어서 한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가창을 가기위해 신천으로 향하는데 어익후 마지막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던 탓인지 차가 엄청 밀립니다.
차를 돌려 신천 동로쪽으로 가기로 합니다.
근데 얼핏 지나치는데 신천 다리 근처마다 피서객들이 엄청 몰려있습니다.
몇해 전부터 신천 몇몇 곳을 여름이면 물놀이장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천막도 치고 모래도 깔아주던것 같더군요.
평이 좋았는지 해마다 그런식으로 해놓은 곳이 한군데씩 증식하고 있습니다.
수심도 얕고, 바닥도 평평하게 골라놓았으니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기에는 참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역시 물놀이에는 치맥...어느통닭집에서 눈치 빠르게 전화번호를 붙여놓았습니다.
아이들은 물놀이하고 어른들은 텐트랑 다리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노는거겠죠.
신천을 따라서 수심이 깊지 않은 곳이면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으니 보는 저도 물놀이를 하고 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저희집의 식수를 책임지는 대림생수를 지나서 한참을 올라가서 우록리 먹거리 골목 안쪽에 위치한 큰나무집입니다.
휴일이기도 하고, 말복 며칠 뒤라서인지 차도 사람도 엄청 많습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안쪽은 칸칸이 나누어져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듯 합니다.
예약없이 간지라 자리가 당장은 없더군요.
몇분을 기다리니 본관!! 쪽에는 자리가 없고, 별관으로 가라는 말을 해줍니다.
덕분에 본관 내부는 입구에서만 구경을 하고 안쪽은 못 들어가봤습니다.


ㅋㅋ 별관 가는길.
전체적으로 주로 돌과 나무를 사용해서 꾸며져있는데다가 식물들도 여러군데 배치가 되어있어 나들이 온 기분이 나더군요.
별관은 사진에 보이는 건물입니다. 건물을 조금 돌아 들어가면 별관의 입구가 나오는데요.
오우 징검다리가!!


크게 펄쩍 뛰면 넘을 수 있는 너비긴 하지만 나름 신선하네요.
고여있는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라서 그런지 아빠와 같이온 꼬마 아가씨가 왠지 들어가보고 싶어합니다만 역시나 그건 좀 말려야겠죠?

별관 1층도 자리가 꽉차서 2층으로 올라갑니다.
2층에도 거의 자리가 차있더군요. 여기저기서 다들 수북하게 뼈를 쌓아놓고 닭을 뜯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왠지 닭들의 원혼이 가득할듯한 곳이긴 한데요 당시에는 밝은 햇살이 비치고 
나무로 만들어진 내부 인테리어가 전혀 그런 생각이 안들 정도로 깔끔하게 잘 꾸며져있어서 그냥 빈자리에 냉큼 앉았죠.
(아니 지금도 굳이 닭들의 원혼이 있니없니를 따질 건 못되는군요...)

메뉴판은 따로없고 계산서를 메뉴판 대신으로 사용하더군요.
주메뉴인 궁중약백숙은 2인이 먹으면 적당하다는 小 (32000원), 3인이 먹으면 적당하다는 中 (39000원)이 있습니다.
메뉴에는 大자도 있었는데 그건 안된다는 군요.
각각 닭과 죽이 함께 나오는 메뉴입니다. 처음에 중간크기를 시키려고 했는데 죽이 모자랄수 있다는 직원의 말에
작은 녀석 2개를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나올때 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슬그머니 카메라를 들고 식당 탐방에 나섭니다.


별관 입구로 향하는 길입니다.
잡초가 나면 나는데로 벽돌에 이끼가 끼면 끼는대로 내버려둔....


예쁜 꽃님들도 바람에 살랑이고 있더군요.


아까와는 반대로 별관 방향에서 본관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계단에 깔아놓은 둥근 돌이 참 재미있더군요.
옆을 지나가시던 할아버지들께서 돌이 탐난다시면서 쳐다보고 가시네요.


어머니도 심심하셨는지 구경삼아 나오셨습니다.
여긴 본관 앞에 있는 작은 연못에는 부레옥잠들이 한가득 자라있습니다.


싱싱한 잎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시원해지는군요.
혼자서 신나게 사진을 찍다보니 어머니도 안보이고 슬슬 음식이 나올때도 되지 않았나 싶어 돌아가니 밑반찬들은 벌써 올라와 있네요.



맛있어 보이나요?
깍두기는 어느새 양이 꽤나 줄어 있더군요.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허우적대는 와중에도 젓가락이 계속 ㅋㅋ

밑반찬 사진찍기에 열중하다보니 드디어 그 궁중약백숙님이 등장하십니다.
아...아침을 일부러 조금 먹었더니 배고 고파오는 차에 너무너무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그럼 그 자태를 감상해보시렵니까?


작은 분 한접시입니다. 사진으로 보니 왠지 작아보이네요 -ㅅ-ㅋ 왜 그렇지...구도의 문제인가요?
그러고 보니 백숙인데 30분 정도만 기다렸는데 나온걸 보니 압력솥에 찌는 방식인가봅니다.
표면이 약간 가무잡잡한건 각종 한약재가 들어간 때문이겠죠.


튼실한 닭다리를 하나 뜯어서 앞접시에 얹어놓고 또 사진찍기 놀이를...
압력솥에 급하게 쪄서 그런지 역시나 젓가락이 가면 살이 후드득 떨어지는 현상을 볼수 없었어요.
오랫동안 뭉근~하게 쪄야지 보들보들 사르륵 녹는 닭살을 맛볼터인디..
그래도 맛있었어요. 한약재 덕분인지 잡내가 없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근데.. 먹다보니 직원에게 속았다는 느낌이...
닭 2마리에 죽까지....이거 은근히 양이 많더군요.
다음에 다시 온다면 중간크기로 주문하면 배가 지나치게 부를 일도 없고 딱 적당할듯 했어요.


죽은 나중에 따로 가져다 주지 않고 처음부터 보온솥에 넣어서 자유롭게 빈그릇에 퍼 담아 먹으면 되는 식이에요.
고기와 약재에서 우러난 액기스들이 눈에 보이는듯한 저 빛깔.
문제는 저걸 다 못먹겠다는 거죠...ㅜㅜ


그래도 일단 조금이라도 먹고자 살짝만 퍼서 담아봅니다.
배가 불러도 맛있는 죽입니다. ㅎㅎ

남은 죽을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직원에게 물어보니 남은 음식을 가져갈수 있는 빈 용기를 주더군요. +ㅅ+)b
아름답습니다. 남은 죽과 고기를 박박 긁어담아서 집으로 가져가서 그날 저녁의 일용한 양식으로 쓰기로.
왠지 식당에서 다 먹고나면 느긋하게 있지 못하는 저희 식구들은 몇분간 서로를 멀뚱하게 쳐다보다가 짐을 챙겨 일어나고 말았죠.

계산을 하면서 물어보니 평일에는 별관은 거의 사용을 안한다는 군요.
다음에는 꼭 본관식당에서 먹고, 사진도 찍어볼테다!! 라고 다짐해 봅니다.


아쉬운 마음에 나오는 길에 다시 사진 한장.
저 옹기들은 운치있어보이지만 사실은 쓰레기통입니다....
아니면 장식인데 그냥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려둔걸까요?


돌아오는 길에 차가 신호를 받아 기다리다가 뭔가 검은게 가드레일 아래로 보이길래 유심히 봤더니 왠 흑염소 한마리가 한가로이 쉬고 있더군요.
몸집이 작았던 걸로 봐서는 새끼인듯 한데 왜 홀로 저기 있었는지 의문이었어요.
저곳을 지나기 전에 흑염소 마을..입구를 지나친 터라 그곳에서 생존을 위해 탈출했나 싶기도 하고 말이죠 ^-^;;
도로로 뛰어 나왔다가 차사고가 나지 않길 바랄밖에요.

왠지 닭백숙으로 시작해서 흑염소로 끝이 나네요..둘다 보양식..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나름 주제 일관성있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