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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외출도 해요

자~알 먹고 왔습니다.

지난주 토요일과 이번주 화요일이 큰외숙모와 큰외삼촌의 생신인데다가
올해는 큰외모숙모의 환갑이기도 해서 크게 잔치를 하는 대신에 외사촌 오라버니가 친척들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뭔가 설명이 장황한데요...결론적으로 제 입장에서는 덕분에 포식하고 왔다는거죠..
사촌 외사촌을 통틀어 유일하게 유부남에 등극한데다가 이제 내년 2월이면 아버지도 되시는 외사촌 오라버니가 주도해서
종종 친척들이 모여서 식사할 자리를 만드는 덕에 서로 대면대면한 친가쪽 식구들보다 더 자주 모이는 요즘이네요.
사실 외가쪽이든 친가쪽이든 이런 가족 모임을 주도할만한 성격의 사람들이 거의 없는지라
더더욱 가족 모임이란건 명절아니면(명절때도 제사만 지내고 나면 따로 노니까요.) 거의 있을수가 없습니다.
특히나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는 생신을 핑계로 모이는 일도 없어졌네요.
각설하고 이번에는 수성못 근처의 한정식집에서 저녁을 먹었네요.


식당주변사진도 좀 찍어두었다면 좋았을텐데 예약시간에 맞춰서 갔더니 날이 많이 어두워져서
이미 어둑어둑한터라 그냥 식당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덩치큰 사촌 오라버니가 자리가 좁다해서 상 사이를 띄우는 과정에서  상 중간에 걸쳐있던 주전자가 넘어져서
저와 오라버니의 바지가 살짝 젖는 참사가 잠시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그다지 뜨거운 물이 아니었고
얼룩질만한 것이 아니었기에 대충 휴지로 꾹꾹 눌러서 말리고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날 먹은 메뉴는 불로한정식 코스요리였네요.
제가 서민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요즘은 이정도는 먹어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1인당 7만원짜리 코스입니다. ㄷㄷ
제일 아래의 아사다라 예약특주문이란건 10인이상예약필수에 1인당 12만...ㄷㄷ 대체 뭐가 나오는 걸까요.


첫번째는 광어회와 뭔가 ㄱ으로 시작하는 이름의 고기회...였습니다.
들어도 기억못하는 이 3초 기억력이란...
일인당 2점씩 먹을수 있도록 주네요.

위에서도 적었지만 외가쪽 식구들도 다들 그닥 말이 없는 편이라 몇점씩 집어먹고나니 다들 침묵이네요.
마침 갑작스럽게 단체예약이 들어와서 시간이 겹쳐지는 바람에 식사가 조금씩 늦어진다면서 저희방을 담당하시는 분이 죄송해하시더군요.
원래 이렇게 모으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해야하는데 먹고나면 조용~하니 기다리는 시간이 왠지 더 길어집니다. ㅋ


다음은 야채 샐러드. 아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침묵은 다시 찾아오고..
결국 새언니가 준비해온 케이크 커팅식과 생일축하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잠시가지기로 했습니다.


무려 케익만들는 것을 도와주는 곳에서 직접 만들어오신 케익.....
나..나랑 동갑인데 결혼도 하고 임신도 하고 케잌도 만들어온다. ㄷㄷ
제가 뭐 결혼한게 부럽다기보다는 결혼문제만이 아니라 그닥 뭔가 해놓은 것도 없고 제대로 할줄아는 것도 없는지라
여러모로 좀 찔리기는 합니다..
그나저나 자꾸 이런식으로 선발대에서 주위 어른들의 기대치를 높여 놓으면 다음 후발주자들이 참 힘들텐데요..
외가쪽에는 다들 아들들이라 제가 유일하게 딸래미이긴 하지만 제가 애교가 있다던가 저런 이쁜짓을 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새언니를 보면 참 신기하달까 그렇습니다.


생일축하송도 쑥스러워서 제대로 못 부르는 저희 외가식구들을 대표하여 새언니가 노래를 부르시고 촛불을 꺼야하는데
큰외숙모께서 큰외삼촌은 버리시고 홀로 촛불을 불어버리십니다.
오늘 나름 두분의 공동 생신축하연이었는데 말입니다. ㅋㅋ
아무튼 덕분에 한바탕 웃고는 케잌 커팅식은 두분이서 같이 무사히 마치고 다음 요리를 기다려봅니다.
그러고보니 벌써 7개월인가 그럴텐데 워낙 말라서인지 옷이 헐렁해서인지 그냥 봐서는 임신한 티도 별로 안나는 새언니의 배.
나중에 허락을 받고 살짝만져보니 확실히 불러있기는 하더군요(다..당연하잖아.)



위의 사진은 구절판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재료는 8가지네요.
그리고 아래사진은 뭔가 이상하다고요?
......이건 정줄을 놓은 흔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산삼배양근이래요..산삼..상에 내려놓자마자 흑마늘소스에 다들 말없이 콩콩 찍어 드시고 계시더군요.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사진찍고 있는 절보며 직원분이 빈접시 찍으시면 안된다며 안타까워하시더군요. ㅋㅋ
아무튼 마음이 선하신 분에게는 저기 얌전히 누워있었을 네뿌리의 산삼군이 보일겁니다..네.



새우와 전복군이죠.
해산물을 싫어하는 오라버니가 새우만 억지로 먹고는 전복은 아버지께 양보를 하는 미덕(?)을 발휘합니다.
한점씩만 먹게되어있어서 다들 처음에는 허전해 하시더니 슬슬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신다면서 많이 줘도 못먹겠다고 하시네요.


만만한 오라버니에게 음식에 장식되어있던 꽃을 건네주고 설정샷놀이를..
제가 블로그에 올릴줄도 모르고 웃어가면서 피사체가 되어주네요. ㅋㄷ


더덕튀김 이거 진짜 맛있었습니다.
꿀에 살짝 찍어서 먹는데 전혀 쓰지않고 아삭거리면서 고소한맛이 일품이더군요.
음식들을 금방금방 만들어와서 조금 늦게 들어오기는 했었지만 음식이 따끈따끈해서 참 좋았습니다.
저희 방 담당직원분도 늘 웃으시면서 음식설명도 잘해주시고 이런저런 요구에도 친절하게 응대해주시더군요.


어디서 장어 좀 먹어봤다면서 밑의 부추랑 같이 먹어야 한다면서 훈수를 두는 오라버니.
건성으로 들으면서 맛있게 냠냠.
장어잖아요. 그냥 말없이 먹어야죠. 그쵸~


흑태찜이라네요.
살이 연하고 부드러워서 먹기에 좋았는데 약간 양념이 단점이 조금 단점이었습니다.
이쯤되니 슬슬 배가 불러서 요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걱정되기는 하는데 눈앞에 있으니 자꾸 집어먹게됩니다..
남기는 것도 좋지않잖아요?


드디어 삼합 등장!
처음으로 홍어를 먹어봤습니다.
처음 씹기 시작할때는 아무렇지도 않더니 어느 순간부터 예전에 과학실험실이나 화장실에서 맡아본 암모니아 향이 풀풀나기 시작하네요.
생각보다는 참을만하더군요. 덜 삭힌 홍어였던걸까나요?


그리고 자연산 송이..다른 사람들은 씹으니까 솔잎향이 난다는데 전 왜 그냥 버섯향만 나는건지...
아니면 그게 솔잎향인데 버섯향이라고 생각한걸까요..


자연산송이를 마지막으로 생선구이와 각종 고기구이들을 반찬으로 밥과 된장찌개가 나왔는데
밥만 찍고 뱃속이 꽉 들어찬 저는 그만 사진기를 놓아버렸어요.
눈앞에 있는건 왠만하면 최소한 밥공기는 다 비워야하는 성격이라 다먹고 숭늉까지 먹고나니 만사가 귀찮네요.
아까 커팅식을 마치고 먹기를 기다리던 케잌은 결국 큰외숙모님이 가지고 가시기로했습니다.


그리고 떡까지 준비한 새언니...다들 배가 불러서 못먹고 나누서 가져왔습니다.
밖에서 먹는 식사외에도 미리 미역국이랑 전 몇가지를 부쳐서 가지고 왔다던데 다들 결혼하면 그리 하는걸까나요..
집에 돌아와서 오라버니가 저를 쳐다보더니
'여자라곤 니만 보다가 형수가 하는 행동들을 보니 저런게 여자로군..'이러네요.
-_- 칫.

아무튼 덕분에 잘 먹은 하루였습니다.
저랑 같은 테이블에 앉은 저희가족들은 저때문에 음식이 들어올때마다 기다리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나중에는 제가 찍는 걸 잊고 있으니 어머니께서 찍으라고 오히려 말씀을 해주시더군요. ㅋ 

그나저나 내년엔 아버지의 환갑이신데....아무래도 지금부터 돈을 모아야하려나요.ㅜㅜ
 오라버니랑 둘이서 환갑계라도 결성을 해야겠습니다.
그 소리하는데 어머니께서 옆에서 됐고 그냥 며느리나 사위를 데리고 오라시네요...
아무튼 배는 불렀지만 뒷마무리가 뭔가 씁쓸한 하루였습니다.